지난 달에 이어 이번 달도 교양 서적을 받아 읽게 되었다. 온라인 서점에 처음 등록됐을 때부터 관심을 갖게 된 책인데, 마침 한빛미디어 서평단 도서 목록에 있어 신청하고 읽어보게 되었다. IT 분야에는 다른 분야와는 다르게 특별하고 이상한 문화가 있다. 바로 오픈소스 문화이다. 밤새 고생해서 짠 코드를 대가 없이 공개해버리고, 심지어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걸 허용하는 경우도 흔하다. 오픈소스 정신은 이 분야를 빠르게 성장하게 해준 바람직한 문화이다. 이런 문화는 인공지능 분야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인공지능 분야도 오픈소스 정신 덕분에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고, 나같이 평범한 사람도 이 분야에 어렵지 않게 입문할 수 있게 해줬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오픈에도 정도와 단계가 있다며, 오픈의 순수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인공지능 분야를 기준으로 하면, 모델의 가중치만을 공개하는 건 진정한 오픈소스가 아니며, 어떤 방법으로 모델을 학습했는지에 대한 구현 코드, 학습에 사용한 데이터를 모두 함께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생겨나고 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천문학적인 자원을 투자해 개발한 모델을 대가 없이 공개한다는 건 이면에 어떤 의도가 있든 반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이면에 있는 그 의도가 무엇인지를 파악할 필요는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책은 바로 그런 이야기를 한다. 공개된 모든 것이, 정말 순수하게 "오픈"된 것인지를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음을 독자들에게 상기시킨다. 오픈은 시장을 선점하는 효과가 있다. 오픈은 표준을 세우는 효과가 있다. 서비스를 대가 없이 오픈해서, 시장을 장악한 후 사용자가 그것에 익숙해졌을 때 유료로 전환해버리는 경우도 사례는 요새 들어 굉장히 흔하다. 오픈의 의도가 무엇인지 모른다면, 이런 수법에 저항할 수 없이 당할 수도 있다. 오픈은 분명 바람직하고, 그럴 것만 같지만, 항상 그렇지는 않다. 책의 띠지에도 써있듯, "오픈소스는 순수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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